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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실험동물과 동물복지

미야옹. 수의사 연중입니다.^^

알림
- 동물복지(Animal Welfare)는 가치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개인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며 거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동물복지에 대한 포스팅에 거부감을 가지는 분도, 다르게 생각하는 분도 분명히 계실겁니다. 하지만 논의가 계속될수록,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질수록 더욱 동물복지를 보장하는 세상이 빠르게 오리라 믿습니다. 따라서 독자에게 동물복지의 흐름을 알려드리고자 함이니 편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사고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 그리고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The greatness of a nation and its moral progress
can be judged by the way its animals are treated"
- Mahatma Gandi


지난 포스팅(동물을 위한 다섯가지 자유, 트랙백)에서 동물복지(Animal Welfare)란 가치판단의 개념이고 개개인의 주관적인 가치가 모여 사회전체의 객관적 가치를 완성하기 때문에 올바른 가치판단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과 이에 맞는 행정적 체계도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동물을 위한 다섯가지 자유와 함께 동물복지의 한 축을 이루는 동물실험에서의 3R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대학병원, 제약회사, 그리고 심지어 화장품 회사까지. 동물실험은 다양한 산업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인체에 적용하는 물질의 효능과 안정성을 입증하는 과정에서 동물실험이 공헌한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항상 동물실험은 계속해서 윤리적인 문제에 부딪혀 왔지요. 동물실험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에서, 의학의 발전/안정성과 동물복지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사람들, 그리고 전적으로 동물실험을 찬성하는 사람까지 다양한 가치판단을 내리고 있습니다.

과거 동물에 대한 임상실험
동물실험에 더 관심이 있으신 분은 아래 사진출처 기사를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사진출처 : http://elizabethely.com/2010/06/03/tobacco-companies-still-testing-on-dogs/>

세계의학협회(WMA, World Medical Association) 1964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공포된 헬싱키 선언은 그 동안 6번의 개정과정을 거치며 의학연구의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선언은 동물실험을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 전에 꼭 거쳐야 하는 필연적인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간인 이전에 먼저 다른 무엇을 생각하기 힘든 한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점점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의식수준이 높아지고, 미국에서는 2001년 11월 동물복지강령(Animal Welfare Act)에서 동물복지의 대상동물을 생쥐, 쥐와 같은 소형 설치류와 조류를 포함시킨다는 내용을 결정합니다. 지금까지 반려동물, 대동물에만 적용되던 동물복지의 개념을 이들 동물에게까지 확대한 것은 아주 큰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움직임 와중에 William Russell, Rex Burch 교수는 동물실험에서 동물복지의 보장은 윤리적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결국 수준높은 의학적 성과까지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다음의 '3R'(Replacement, Refinement, Reduction)개념이 탄생하였습니다. 



Replacement

인체구조의 복잡함 때문에 실험동물 이외의 대상으로 실험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 덕분에 실험동물을 대체할 수 있는 비생체실험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따라서 가능할 경우 동물실험에서 최대한 실험동물을 비생체실험모델로 교체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요즘에는 인공조직을 개발하여 각종 수술실습에서 실험동물의 조직을 대신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Replacement의 좋은 예가 되겠죠. 


Refinement  

하지만 비생체실험모델의 개발에도 불구하고 실험동물을 이로 교체할 수 없는 경우는 아직까지 너무나도 많습니다. Refinement는 이와 같은 동물실험에서 실험동물에게 발생할 수 있는 통증과 고통, 스트레스를를 최대한 줄이며 동물복지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실험환경을 동물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주거나, 통증을 가장 적게 느끼는 신체부위에 자극실험을 하는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Reduction 

Reduction은 Refinement와 같이 동물실험을 피할 수 없는 경우에는 최대한 적은 수의 실험동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개념입니다. 적은 수의 실험동물에서 원하는 실험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며, 그렇게 함으로써 미래에 사용될 실험동물의 수도 줄일 수 있어야 하지요. 예를 들면, 실험결과를 분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개발한다면 적은 실험동물을 가지고도 효과적인 통계적 수치를 얻을 수 있겠죠? Reduction의 개념이 적용된 후 오늘날 사용되는 실험동물의 수는 20년 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합니다.  




'3R'은 실험동물에 대한 과학적인 방법적용과 윤리적인 사용의 기준을 제시하여 전세계적으로 이를 준수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진행중입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사실 동물실험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동물복지의 의식, 그리고 제도적인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동물보호법'과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통해 실험동물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개선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개선사항 중 하나가 동물실험시행기관에서 '동물실험윤리위원회'(IACUC, Institutional Animal Care and Use Committes) 설치의 의무화를 통해 동물실험계획과 운영의 관리감독을 하게끔 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윤리적인 동물실험을 위한 한단계 제도적인 보완이 이뤄진 것이죠. 

'3R'
의 가장 핵심적인 가치 중 하나는, 바로 '3R'을 이행하는 것이 우리가 얻고자 했던 과학적 결과를 얻는데 오히려 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3R'은 실험동물을 대체하고, 줄이고, 그리고 그 단계를 감독하는 과정에서 조금더 효율적이고 세련된 실험설계를 하게 되며 이를 통해 동물실험에 들어가는 비용의 감축, 더욱이 수준높은 과학적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3R'에 입각한 실험설계는 과학적 성과에서 멀어지는 길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동물실험에 대한 강제적 관리감독이 없이는 동물복지의 자발적 유지가 힘든 것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결국 우리의 의식과 제도적인 뒷받침이 함께 나아가야겠지요.^^


<사진출처 : www.google.com>
여러분, 위 그림을 보고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오늘 우리가 먹는 약, 바르는 화장품, 사용하는 비누 등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 동물실험을 통해 우리 곁에 있습니다. 즉, 동물실험과 우리 삶은 이미 너무 밀접한 관계에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에 대한 사유를 통해 조금 더 동물복지를 위한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서로를 위한 지구에 살게 되지 않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