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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질환/고양이 전염성 질환

톡소포자충, 고양이와 우리를 위한 올바른 이해

미야옹 수의사 연중입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람과 동물 모두를 감염시킬 수 있는 질환을 이야기합니다. 톡소포자충은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의 하나이지요. 많은 분께서 걱정하시는대로 톡소포자충은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전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기생충질환이 맞습니다. 본 칼럼의 목적은 톡소포자충 감염증의 위험성을 감추거나 축소하여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주장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위험한 인수공통감염병일수록 그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해야 하겠지요.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감염의 위험성이 전혀 없다'라고만 말하는 건 오히려 나중에는 고양이를 더욱 궁지에 몰아 넣게 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톡소포자충 관련 기사는 아직 확실히 검증되지 못한 연구는 물론이며 각종 자극성 미사여구를 붙여 일반 대중에게 큰 공포와 오해를 빚어내고 있습니다. 고양이를 향한 배려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지만 반대로 버림받는, 학대당하는 고양이 또한 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필자는 본 칼럼을 통해 톡소포자충 감염증을 사실 그대로 정리 해 보려 합니다. 칼럼 내용 하나하나는 추측성 연구가 아닌 검증된 텍스트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반려한다는 건 반려동물을 단지 감정으로 이해하는 것뿐만 아니라 공부하는 것도 포괄하는 말이라 생각합니다. 이어지는 내용이 애묘인 여러분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렸으면 합니다. 




(그림 1) 선천성 톡소플라즈마 곤디로 인한 신생아의 뇌수두증
(From Dubey JP,a nd Beattie CP. Toxoplasmosis of animals and Man. 1988.)

톡소포자충(톡소플라즈마 곤디, toxoplasma gondii)에 감염된 사람은 대부분 무증상으로 경과하거나 가벼운 감기 증상을 보입니다.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이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내게 되지요. 한 가지 놀라운 건 오늘날 전 세계 인구의 약 33%, 즉 3명 중 한 명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어 있다는 겁니다. 더욱 놀라운 건 톡소포자충이 당뇨나 비만 같은 선진국형 질환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죠. 이는 높은 육류 섭취와 관련이 있습니다.

감염률이 높더라도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면 무얼 그리 신경쓰겠습니까. 톡소포자충의 무서운 점은 에이즈환자처럼 면역이 약화된 사람에게서 뇌수막염과 같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겁니다. 특히 임산부가 감염될 경우 유, 사산은 물론이고 혹시 살아남더라도 태아는 (그림 1)과 같은 선천성 톡소포자충증(congenital toxoplasmosis)이라는 영구적인 뇌손상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지요. 이처럼 톡소포자충은 치명적인 동시에 지구상에 주변에 널리 퍼져있는 놈입니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놈인 건 확실하지요. 

많은 사람들이 톡소포자충 감염은 주로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감염된다고 압니다. 이로 인해 고양이는 졸지에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지요. 특히 가임기 여성이 있는 가정에서는 걱정이 심합니다. 주위 어른들의 핀잔은 더욱 고양이와 한 공간에 함께함을 힘들게 만들고 있지요. 사실 이러한 우려의 일부는 의학적 사실에 근거합니다. 톡소포자충은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충분히 감염될 수 있지요. 하지만 이는 너무나 단편적인 사실만 부풀린 공포에 불과합니다.

언론도 이에 한 몫 했지요. 어떤 기사는 톡소포자충을 '고양이 기생충'이라는 있지도 않은 단어를 써가며 보도하기도 했지요. 최근엔 톡소포자충이 정신질환을 초래한다는 기사(제목은 '고양이 연가시')까지 나오고 있습니다(이 기사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데요, 단 두 논문만 가지고 어떤 의학적 사실을 다룰 순 없습니다. 특히 이 중 한 논문은 전혀 설득력이 없지요). 인간은 어떤 원인을 초래한 대상을 지목하길 좋아하죠. 톡소포자충 논란에서 고양이는 그 대상이 되기 가장 취약한 입장에 있습니다.


톡소포자충이 주는 막연한 공포를 해소하기 위해선 먼저 이 기생충의 생활사를 살펴봐야 합니다. '한 생물체가 타 생물체의 체내 혹은 체표에 일시적 또는 영구적으로 기생하면서 영양과 거처를 제공받을 때' 전자를 기생충, 후자를 숙주라 합니다. 기생충은 종마다 조금씩 다른 생활사를 가지는데 어느 종은 최종생식을 통해 충란을 생산하기 전에 여러 숙주를 거칩니다. 이때 유충기만을 보유하는 동물을 중간숙주, 성충기만을 보유하여 최종생식이 일어나는 동물을 종숙주라 하지요. 각 기생충은 어떤 특정한 중간숙주와 종숙주에만 감염되는데, 이를 숙주특이성이라 합니다. 자, 그럼 이 내용을 톡소포자충에 적용해 볼게요!

  톡소포자충은 중간숙주와 종숙주를 거치며 크게 다음의 세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1)Tachyzoites 2)Bradyzoites 3)Oocyst

중간숙주에 감염된 Tachyzoites는 빠르게 분열하는 성격을 지닙니다. 톡소포자충은 대부분 조직에 친화성을 가지기 때문에 Tachyzoites의 분열은 다양한 전신증상을 유발하지요. 이와 함께 일부 Tachyzoites는 Bradyzoites로 변화하여 중간숙주의 근육 등 다양한 조직 내에 잠복합니다. 다양한 전신증상을 유발하는 Tachyzoites에 대한 치료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더라도 훗날 면역이 약화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Bradyzoites는 다시 Tachyzoites로 변화하여 전신증상을 유발하게 되지요. 이러한 Tachyzoites, Bradyzoites의 성격으로 인해 톡소포자충 감염은 종숙주보다 중간숙주에서 심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종숙주에서 톡소포자충 감염은 어떻게 이뤄질까요? 종숙주는 중간숙주의 조직내에 존재하는 Bradyzoites를 '섭취'할 경우 감염됩니다. 종숙주의 위장관으로 들어간 Bradyzoites는 최종생식을 통해 Oocyst(충란)을 만들어내며, 종숙주의 변을 통해 배출됩니다. 중간숙주는 Oocyst를 함유한 종숙주의 변을 접할 경우 톡소포자충에 감염이 됩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꼭 중간숙주를 거치지 않아도 감염된 종숙주의 변을 통해 본인 또는 다른 종숙주가 감염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 이제 톡소포자충의 생활사가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시나요? 결국 '중간숙주-종숙주', 혹은 '종숙주-종숙주'를 거치며 이들의 생존이 이뤄집니다. 

(그림 2) 톡소플라즈마 곤디의 생활사. 사람의 주 감염경로는 날고기다!  

톡소포자충은 지구상에 널리 퍼져있는 기생충입니다. 이렇게 널리 전파된 이유는 바로 이 기생충의 중간숙주가 지구상의 사람을 포함한 거의 모든 포유동물과 조류이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다양한 동물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에 종숙주로의 감염이 비교적 쉽게 이뤄지고 결국 충란은 널리 퍼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종숙주는 누구일까요? 바로 고양이 과 동물입니다. 톡소포자충이 충란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고양이 과 동물을 거쳐야 하지요.

사람의 톡소포자충 감염은 고양이로부터? = NO! 날고기로부터! 
 

'고양이가 종숙주라면 충분히 위험하지 않나요?' (그림 2)은 톡소포자충의 생활사, 그리고 사람으로의 감염경로를 보여줍니다. (그림 2)의 오른쪽 과정을 살펴보면 고양이 위장관에서 생산된 충란이 변으로 배출되고 사람으로 감염되는 경로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임산부일 경우 유산, 혹은 뇌질환을 가진 아이가 태어남도 함께 보여주지요. 이 감염경로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톡소포자충 감염은 이보다 주로 왼쪽 경로, 즉 육류를 통해 주로 이뤄집니다. 위에서 지구상의 거의 모든 포유동물이 이 기생충의 중간숙주임을 말씀드렸습니다. 이 중간숙주에는 사람이 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 닭고기 등의 가축이 모두 속하며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이들 동물을 충분히 익혀먹지 않을 때 조직속의 Bradyzoites가 사람에 감염되어 면역이 약한 사람 혹은 임산부에게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키는 것이죠. 결국 톡소포자충 감염의 대부분은 날고기로부터 이뤄짐에도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길러지는 이유 하나만으로 공포와 오해가 필요이상으로 켜졌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1)가정입양 2)실내생활 3)날고기X = 고양이의 톡소포자충 감염확률 ↓↓↓

그렇다면 오늘날 많은 가정에서 고양이와 함께함에도 왜 고양이에서 사람으로의 직접 감염은 날고기를 먹을 때보다 비중이 적을까요? 대부분의 고양이는 실내생활을 합니다. 개에 비해 고양이의 입양은 집단사육이 아닌 가정입양이 많으며 그렇기 때문에 톡소포자충 감염이 이뤄질 기회가 매우 적지요. 만약 독자의 고양이가 1)가정입양 2)실내생활 3)날고기X의 삶을 살고 있다면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었을 확률은 0%에 가깝습니다. 


"헉, 우리 고양이는 외출고양이, 혹은 길냥인데요..?!" 

  
하지만 외출고양이, 길냥이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달라집니다. 사실 이들 고양이가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 우리가 완전히 감시할 순 없지요. 이들이 밖에서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를 먹었거나, 아니면 다른 감염된 고양이의 배설물을 접촉하고 돌아왔을 가능성을 그 누구도 100%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혹자는 감염여부를 동물병원에서 확인해 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완전히 신뢰할 수 없습니다.

(그림 3) 분변검사를 통해 확인한 톡소플라즈마 충란. 하지만 100% 신뢰할 수 없다. 

보통 동물병원의 이 기생충에 대한 검사는 분변검사와 항체검사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 검사에서 음성으로 나왔어도 감염을 절대 배제할 수 없습니다. 종숙주에서 톡소포자충은 감염 초기에만 분변으로 충란을 배출하며 이후에는 Bradyzoites의 형태로 조직 내에 잠복하게 됩니다. 만약 이때 검사가 이뤄진다면 분변검사와 항체검사에서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겠죠. 

고양이 변으로 배출된 톡소포자충 충란은 1~5일 이전엔 감염력이 없다! 

따라서 애초부터 외출고양이, 길냥이는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고 가정하고 사람으로의 감염을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을 취하시길 권합니다.(모든 외출고양이, 길냥이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사실 이에 대한 대한민국의 통계는 필자는 모르지만 분명 대한민국에도 이 기생충은 널리 퍼져있습니다. 감염을 가정하고 예방에 신경 쓰는 게 훨씬 안전하겠죠.)

다행히도 이 기생충의 생활사를 살펴보면 그 방법의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고양이의 변을 통해 배출된 충란은 1~5일이 되서야 다른 동물을 감염시킬 수 있는 능력을 획득합니다. 이 과정을 발아(sporulate)라고 하지요. 즉 처음에 배출된 충란은 비발아충란이며(unsporulated oocyst)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발아충란(sporulated oocyst)이 됩니다.  따라서 톡소포자충 충란이 감염력을 획득하기 전에 고양이 화장실을 하루에 두세 번 이상 청소해 준다면 사람으로의 감염위험성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들 고양이의 화장실 청소 시에 일회용 라텍스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다면 더욱 효과적이겠지요. 가임기 여성은 감염 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화장실 청소를 가정의 남자에게 맡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입니다. 즉, 다음 세가지 방법을 통해서 외출고양이, 길냥이로부터 톡소포자충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1)고양이 화장실 청소는 하루에 두세번 이상! 
   2)고양이 화장실 청소시 장갑과 마스크 착용!
3)고양이 화장실 청소는 남자들의 몫으로! 

자, 이제 마지막으로 요약해 볼까요? 톡소포자충의 고양이에서 사람으로의 감염은 충분히 가능하나, 그 생활사를 알면 적절히 대처할 수 있습니다. 완전한 실내고양이는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0%에 가깝기 때문에 크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하지만 외출고양이와 길냥이의 경우는 꼭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데, 감염여부를 확인하기보다 차라리 감염을 가정하고 고양이 화장실 청소 시에 위 세 가지 항목을 꼭 지켜 예방에 신경 쓰셔야 합니다. 필자의 고양이(소중이)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부대를 거닐던 외출고양이였습니다. 그때 많은 곤충을 잡아먹고 지냈는데, 아마도 톡소포자충과 접촉했을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 가족에게 고양이 화장실 청소 시 주의사항을 일러주었죠. 신기한 점은 톡소포자충 충란은 고양이 변 이외의 털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따라서 감염된 고양이의 몸을 쓰다듬는다 해도 감염될 위험은 없습니다. 문제는 충란이 포함된 변의 처리지요! 

이제 누군가 당신에게 '너 고양이 키우면 유산해~~!'라고 한다면 조목조목 바른 지식을 알려줄 수 있는 애묘인이 됩시다!



알림 : [수의사 연중, dralways.tistory.com] 블로그에 있는 모든 내용은 반려동물의 건강관리와 의학적문제에 대한 교육적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모든 내용은 수의사의 진단과 치료를 대체할 수 없음을 명심하시고 독자의 반려동물이 아플 때에는 꼭 수의사를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Textbook of Veterinary Internal Medicine by Ettinger, Feldman>
<수의기생충학, 대한수의기생충학회 교수협의회>
<수의내과학, 대한수의내과학회 교수협의회>

사진출처
<http://www.pathobio.sdu.edu.cn/sdjsc/engparabook/ch084.htm>
<http://158.83.1.40/Buckelew/Toxoplasma%20gondii%20life%20cycle.htm>  
<http://dpd.cdc.gov/dpdx/html/ImageLibrary/S-Z/Toxoplasmosis/body_Toxoplasmosis_il6.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