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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

톡소플라즈마 논란,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톡소포자충에 관한 5월 20일자 SBS뉴스 보도가 나간지 이제 24시간이 지났다. 8시 뉴스는 시작되었으나 정정보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톡소포자충 논란은 반려인들 사이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한 문제였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며 언론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다뤄주길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제 마침 보도가 나왔다. 보도의 내용이 그동안의 간절한 우리 기대에 합치/불합치함을 떠나 어찌되었든 이에 대해 대중이 폭넓게 의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사실 게걸스레 개를 먹어치우는 나라에서 이정도 성장통은 우리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가 아닐까 자위해 본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의 전염병(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폭넓은 인식이 형성되어 있다. 주의해야할 점은 분명히 주의해야 한다. 필자는 수의사다. 수의사는 동물을 치료함과 동시에 인수공통전염병을 다루는 직업이다. 따라서 동물복지를 핑계로 위험함을 감추고 동물만을 위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아래 사진은 필자가 지난 4월 영국에 방문했을 때 찍은 공원입구이다. 이곳에서는 Toxocara canis라는 기생충 오염공원에서 다음과 같이 개 산책을 일정기간 동안 금지시켜 청정지역이 될 때까지 관리한다. 아마도 어제 보도를 보고 혼란스러운 국민인 원하는 바는 이처럼 위험한 것은 명백히 거짓없이 공개하고 대처하는 것이지,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 반감이 아닐 것이다. 어제 보도에서 못내 아쉬웠던 점을 하나하나 적어보려 한다.

 

 

 

 필자의 예전 포스팅 (엮인글, 톡소플라즈마, 고양이 사람 인수공통전염병의 진실 : http://dralways.tistory.com/84)을 보면 알 수 있듯 톡소플라즈마 곤디(Toxoplasma gondii)는 "고양이를 종숙주로 하며 다양한 포유동물을 중간숙주로 하는 원충성 기생충"이다. 사람은 이 기생충의 "중간숙주"에 해당된다. 그리고 고양이를 "종숙주"로 한다는 의미는 톡소포자충이 그 생활사를 고양이 몸 안에서만 완성해 충란을 생산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톡소포자충의 감염은 크게 두 가지 경로로 이뤄진다. 첫째, 고양이 변을 통해 배출된 충란을 사람을 포함한 중간숙주가 섭취할 경우. 둘째, 종숙주 혹은 중간숙주가 종숙주, 중간숙주 관계없이 감염된 숙주를 잡아먹을 경우. 이때 중간숙주는 인간도 포함되기 때문에 우리가 소, 돼지, 양, 닭 등 다양한 감염된 중간숙주를 충분히 익혀먹지 않았을 때 감염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가지 아쉬운 부분이 발생한다. 톡소포자충을 "고양이기생충"이라고 단정지어 보도한 것이다. 사람으로의 톡소포자충 감염은 고양이 뿐 아니라 덜익힌 육류섭취로 인해 대부분 이뤄지는데, "고양이기생충"이라는 단정적인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톡소포자충=고양이기생충"이라는 의학적,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위 문단에서 말했듯이 톡소포자충의 사람으로의 감염은 감염된 고양이 변으로 배출된 충란 뿐만 아니라 다양한 육류를 충분히 익혀먹지 않아 발생하기 때문에 "고양이기생충" 논리대로라면 "톡소포자충=소기생충=양기생충=닭기생충"으로 불러도 무방한 오류가 발생하게 되버린다. "고양이기생충"이 아닌 "고양이를 종숙주로 하는 원충성 기생충, 톡소플라즈마 곤디, Toxoplasma gondii, Toxoplasmosis, 톡소포자충"이라는 표현을 일관성있게 사용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두번째 아쉬운 부분은 톡소포자충의 질병양상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해 그릇된 공포와 두려움을 초래한 점이다. 보도 내용 중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보균자인 것입니다." "고양이 기생충에 감염될 경우 감염자 10명 가운데 한 명꼴로 망막변성이나 뇌 수막염, 림프절염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이 있다.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보균자인 것입니다."을 먼저 살펴보자. 필자가 생각하기에 어제 보도는 정확히 Fact만을 전달했다. 하지만 톡소포자충의 발병양상은 Fact를 이렇게만 전달하기에 그리 단순하지 않다. 약 25% 감염률은 아마도 항체검사 결과를 말하는게 아닌가 싶다. 톡소포자충의 감염여부는 보통 항체검사로 대부분 이뤄지는데, 이미 전세계 항체양성률은 약 33%에 이르고 있다. 특히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이미 매년 전체 인구의 약 1~2%가 새로 항체양성군에 포함되고 있으며 미국 전체 항체양성률은 약 23%에 이르고 있다. 톡소포자충은 위험한 기생충질환임은 틀림없다. 면역이 억제되거나 임산부에게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치명적 기생충이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에서 불현성 감염으로 무증상으로 경과하는 것 또한 이 질환의 큰 특징 중 하나다. 결국 전세계, 그리고 대한민국의 높은 항체양성률은 불현성 감염을 통한 체내 항체를 검출한 비중이 매우 크며 "항체양성률=발병"이 아님에도 부연설명 없이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보균자인 것입니다."라고 말했을때 의학지식이 부족한 대중이 지금처럼 혼란스러워하는건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

 

 감염과 발병은 분명히 구별해야할 의학의 기본이다. 생각해보자. 보도에서는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보균자인 것입니다." "고양이 기생충에 감염될 경우 감염자 10명 가운데 한 명꼴로 망막변성이나 뇌 수막염, 림프절염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라고 말했다. 국민 4명 가운데 1명이 보균자이며 감염자 10명 가운데 한 명이 위와 같은 질환을 앓는다면 결국 대한민국 국민 40명 가운데 1명은 망막변성, 뇌수막염, 림프절염을 하나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왜 이런 오류가 발생했을까? 바로 톡소포자충의 본질은 감염과 발병을 명확히 구분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사람은 톡소포자충에 감염되어 대부분 불현성 감염으로 무증상으로 경과한다. 그리고 아주 극히 일부가 톡소포자충으로 인한 임상증상으로 고통받게 된다. 바로 "발병"하는 것이다. 이 "감염자"가 아닌 "발병환자" 10명 가운데 한 명 꼴로 망막변성이나 뇌 수막염, 림프절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면 오히려 더욱 논리적이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가지 아쉬운 점은 보도가 단순한 사실의 나열에 그쳤다는 것이다.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고양이 변에 있는 충란으로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건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해보자. 국내 항체양성률은 25%라는 보도가 사실이라고 가정했을 때,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1/4은 한번쯤 톡소포자충을 접한게 된다. 하지만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평생 살아가며 고양이, 특히 길고양이와 접촉하며 살아가는가. 혹자는 충란의 크기와 질병의 병태생리학을 고려했을 때, 고양이 변으로 배출된 톡소포자충 충란의 사람 감염 가능성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건 톡소포자충와 고양이 사이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못한 단순 의학적 지적일 뿐이다. 특히 가정분양을 통해 실내에서 사료만 먹으며 삶의 대부분을 살아가는 반려묘는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확률이 극히 낮으며, 이들 보호자를 제외했을 때 길고양이와 단순한 접촉이 아닌 감염이 가능한 접촉에 국민이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는 다음을 살펴보면 그 가능성을 쉬이 가늠할 수 있다. 수의 내과학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Small Animal Internal Medicine by Ettinger에 보면 고양이와 접촉했을 때 사람의 감염 가능성이 낮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1.감염된 고양이는 감염 후 몇일~몇주만 변으로 충란을 배출한다.

 

2.심지어 면역억제제를 투여 받거나, 백혈병, 에이즈를 앓고 있는 고양이에서도 톡소포자충에

  감염될 경우 감염 초기 이후 반복된 충란 배출은 일어나지 않는다.

 

3.고양이는 매우 청결한 동물이다. 특히 그루밍을 통해 자신의 몸을 가지런히 하는데, 이 때문에

   톡소포자충 충란이 감염 초기에 배출된다 하더라도 사람을 감염시킬 감염력을 획득하기 전에

   털에서 제거하게 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감염 초기 수백만 개의 충란을 배출했던 고양이도

   7일 이후에는 털에서 단 한개의 충란도 검출할 수 없었다.

 

4.면역이 억제된 사람, 그리고 동물을 다루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과 톡소포자충 사이에서 큰

   연관성을 찾을 수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양이를, 특히 길고양이와 접촉없이 살아가며, 접촉한다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이유로 직접 고양이로부터 톡소포자충이 감염될 확률은 크게 낮아지게 된다. 결국 남은 주된 감염경로는 덜익힌 육류섭취를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단, 육류섭취, 특히 덜익힌 육류섭취는 그 역학조사가 어렵기 때문에 딱히 주된 원인이라고 공식적으로 지목하기엔 여러 기관에서 어려움을 겪을꺼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대부분 의료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사실"이 아닌가. 톡소포자충의 감염을 경고하려는 것이 보도의 취지였다면 덜익힌 육류섭취에 우선순위를 두던가, 아니면 고양이로부터의 사람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줬어야 하는 아쉬움이 크다.  

 

 SBS보도의 취지는 충분히 이해한다. 또한 솔직히 보도 내용 중 사실에 어긋나 문제될 부분은 크게 없었다고 필자는 판단한다. 사람에게 감염되어 "발병"했을 때 치명적일 수 있는 기생충인건 명백한 사실이기 떄문이다. 고양이로부터의 감염, 덜익힌 육류섭취로 인한 감염 등 보도에서 다룬 대부분의 내용이 의학적 사실이다. 하지만 "고양이기생충"이라는 단정적 단어의 사용으로 고양이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초래했고, "톡소포자충의 특징적인 질병양상을 고려했을 때 부족한 부연설명"으로 "톡소포자충증"에 대한 필요이상의 공포와 두려움을 형성했으며, 실제 감염은 고양이 변이 아닌 덜익힌 육류섭취로 인해 일어남에도 고양이가 마치 감염의 주범처럼 다뤄졌다는 점은 두고두고 생각해 봐야할 문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수의사는 의사와 함께 인수공통전염병(사람과 동물 모두 공통으로 걸릴 수 있는 전염병)을 다루는 직업이다. 인수공통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그리고 인간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구의 주인으로 있기 위해서 동물은 내쳐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품고 보호해 줘야할 대상이다. 위 사진에서 동물에 둘러싸여 있지 않고 인간 혼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과연. 정정보도를 넘어 더욱 중요한 점은 반려인을 넘어 우리 모두가 이러한 인식을 형성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우리가 혼란이 발생한 이후 이렇게 전전긍긍하기보다 애초에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 사회 속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품어야 모두가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