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옹~! 수의사 연중입니다.

 전세계적으로 경제한파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흔히들 경제가 어려워지면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함께하길 포기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년 한해동안 미국에서는 이러한 통념과 정반대인 조사결과가 나타나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APPA(Ameriacan Pet Products Association)가 1988년부터 매년 시작한 조사에 따르면 역대 가장 많은 반려동물이 2010-2011년에 미국 반려인들과 함께 했다고 합니다. 2010-2011년 반려동물 가정은 약 7300만 호에 이르며, 7800만 마리의 반려견(2009-2010, 7750만 마리)과 8640만 마리의 반려묘(2009-2010, 8360만 마리)가 반려인과 함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약 3억명인 미국인구를 생각하면, 두명 중 한명은 반려견, 반려묘와 함께함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반려동물에 대한 조사도 함께 이루어졌는데, 오직 전년도에 비해 그 수가 줄어든 반려동물은 말 뿐이었습니다. 2009-2010년에 1330만 마리였던 말은 2010-2011년에 790만 마리로 급감합니다. 상대적으로 함께하기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말은 경제한파를 피할 수 없었죠..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반려묘의 수가 반려견의 수를 압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전체 반려동물 가정의 수보다 무려 1060만이나 압도하고 있는데요, 전체 반려동물 가정이 반려묘, 반려견 가정을 합한걸 감안하면 많은 가정이 한마리 이상의 반려묘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려동물 문화가 성숙한 나라일수록 이러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흔히 반려견을 인간의 친구로 생각하고 있지만 오히려 반려묘와 함께할 때 생기는 특별한 정서적 교감은 많은 사람들이 반려묘를 입양하는데, 더욱이 또다른 반려묘를 입양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질적 성장(의식 성숙) > 양적 성장(오직 인간)

 늘어난 반려동물 수를 바라볼 때 양적인 수치에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과학자이자 <개에 대하여>, <고양이에 대하여> 등의 저자인 스티븐 부디안스키은 이러한 사고의 위험성을 전형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는 저서 <야생의 언약 : 동물은 왜 사육되겠다고 선택했는가>에서 인류가 마을사회에서 국가사회로 넘어갈 시점에 맺어진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모종의 계약에 따라 야생동물의 사육이 이뤄졌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면, 소와 돼지는 자신들을 식탁에 올려도 좋다는 조건, 개는 사냥을 돕고 정서적 교감을 제공하는 조건하에 인간의 보호를 받기 시작했다는 것이죠. 스티븐 부디안스키는 이러한 결과로 인간에 길들여진 동물들은 결국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하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실제로 지구에는 15억 마리의 소와 들소, 17억 5000만 마리의 양과 염소, 20억 마리의 돼지, 240억 마리의 닭이 존재합니다. 사실 양적인 측면에서만 보면 이들 동물은 매우 번성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진 출처 : http://brittster13.wordpress.com/2010/03/03/31/>


 군에서 수의장교로 복무하다보면 군납 축산물 업체를 대상으로 불시 관리감독을 나갈 기회가 있습니다. 이때 대형 앙계장, 도계장에 가보면 이러한 양적인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지 크게 와닿습니다.
 계속해서 늘어나는 닭고기 소비량(월드컵 기간과 같은 때는 폭팔적으로 늘어나죠.)에 맞춰 닭고기 회사들은 그 사육량 또한 폭팔적으로 늘립니다. 그들의 선택이 아닌 인간의 통제하에 이뤄지는 번식은 오직 길들여진 삶과 죽음에 기여하기 위함으로 보여질 뿐 입니다. 모든 동물에게는 양적성장 뿐 아니라 반드시 질적성장(의식 성숙)이 함께 수반되야 합니다. 아니요, 그보다 질적성장(의식 성숙)이 우선되야 합니다. 인간만을 위한 기준인 양적성장은 결코 자연스런 변화가 아니며 이를 우선하면 동물복지는 도외시 될 수 밖에 없지요. 따라서 늘어난 반려동물의 수가 유행처럼 반려동물 입양이 퍼진 결과라면 입양을 위해 교배는 이처럼 닭고기 시장과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또한 신중하지 못한 무책임한 입양의 결과로 길거리에 내몰리는 반려동물의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겠지요.  

<사진 출처 : http://veterinarynews.dvm360.com/dvm/article/articleDetail.jsp?id=751792&pageID=2>

 미국에서도 유기동물 문제는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어디에나 책임감 없이 반려동물을 애완동물로 생각하고 입양했다가 자신의 만족도가 떨어지면 유기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경제적 한파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반려인과 반려동물의 수가 늘어난 점은 아주 큰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통계적 상승을 위해서는 새로운 반려동물의 입양 뿐 아니라 기존의 반려인들의 책임감있는 모습이 필요하기 때문이지요. 결국 통계상으론 양적인 성장을 보이지만 그 이면엔 의식의 성숙이 있었기에 가능했지요. 작년 대한민국의 반려동물은 어땠을까요? 마음 속 깊이 질적성장이 우선 이뤄졌길 바래봅니다.


비겁한 변명은 하지 말자. 
우리 자신의 내면을 먼저 바라보자.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에 대한 자신의 무책임한 행동을 변명할 때 경제한파를 이유로 댑니다. 하지만 그들 중 진짜 경제한파로 인해 반려동물 유기를 한 사람이 얼마나 될지 반문하게 됩니다.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은 그런식으로 유기하지 않습니다. 단지 반려동물이 아닌 애완동물이 아니었을까요? 그들에겐 비난의 한파를 거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2012년 대한민국에 더욱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가 정착되어 경제한파에 반려동물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모습이 사라지길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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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수의사 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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