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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연중

월간 PAPER 4월호 - 생명을 고민하며 우리를 돌아보다(뉴질랜드, 호주, 파푸아뉴기니) 105일간의 세계동물조우기록 3.뉴질랜드, 호주, 파푸아뉴기니 생명을 고민하며 우리를 돌아보다 나는 왜 동물이야기를 할까 뉴질랜드로 향하던 어느 날,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나를 깨운 건 어떤 소리도 움직임도 아닌 고요였다. 모두가 적막에 취해 잠든 새벽녘, 홀로 갑판에 나선 내게 바다는 지금껏 꼭꼭 숨겨두었던 얼굴을 내밀었다. 바다의 민낯이라고나 할까. 우리 배는 비단결 물살을 가르며 파도도, 바람 한 점도 없는 바다를 지나고 있었다. 기상학적 적도, 바로 모든 기후가 평형을 이루는 바다 한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바다는 고요할 때 가장 장엄하다는 걸 나는 그날에야 알았다. 광활한 바다를 보며 '그동안 기항지에서의 시간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만약 배가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는 지금쯤 어.. 더보기
월간 PAPER 2월호 - 풋내기 수의사, 세상의 동물을 만나다 105일간의 세계동물조우 기록1 풋내기 수의사, 세상의 동물을 만나다 소설이란 추체험의 기록, 있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도식, 구제 받지 못한 상태에 대한 연민, 모순에 대한 예민한 반응, 혼란한 삶의 모습 그 자체, 나는 판단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겠다. 그것은 하느님이 하실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의미 없는 삶에 의미의 조명을 비춰 보는 일일 뿐. -1980년 김승옥 105일의 항해, 설렘 그리고 막막함 나는 2012년 9월부터 12월까지 배를 타고 태평양 연안 10개국을 방문했다. “수의사가 배를 왜 타(탔)니?” 여정을 시작하기 전, 여정 동안,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 질문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하긴, 어쩔 땐 나 자신한테도 물을 정도였으니. .. 더보기
개를 먹는다는 것 미야옹~! 수의사 연중입니다. 대한민국은 개를 먹는 몇 안 되는 대표적 국가다. (담즙채취를 위한 곰 사육을 용인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반대와 찬성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나름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상대를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채 여전히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바로 생명에 관한 가치, 그리고 밥그릇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 돼지, 닭과 같은 동물 모두 개와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거늘, 왜 유독 개만 먹는 걸 반대하나요? 참 모순적이지 않을 수 없어요!” 모두가 맞는 말이다. 이는 단지 반대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개를 먹는 걸 조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견이다. 나 또한 개를 먹지 말자고 주위를 설득할 때 스스로 .. 더보기
동물과 함께한 영국여행(1부 : Windermere of Lake District) 수의사 연중 동물과 함께한 영국여행 1부 : Windermere of Lake District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3개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이번 여행의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꼭 남기리라 생각해 왔으나 다시금 시작된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역시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쩌면 순간의 온전한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옮김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퇴색을 초래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그 망설임에 한 몫한 듯 합니다. 아무리 필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그 순간의 격정을 그대로 글로 옮길 수 없으며, 아무리 좋은 사진기라도 그 순간의 햇살을 고스란히 담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애초 이번 여행의 주제는 동물로 점철됩니다. 처음 여행의 계획도 버밍햄에서의 영국소동물수의학회(BSAVA Con.. 더보기
톡소플라즈마 논란,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톡소포자충에 관한 5월 20일자 SBS뉴스 보도가 나간지 이제 24시간이 지났다. 8시 뉴스는 시작되었으나 정정보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톡소포자충 논란은 반려인들 사이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한 문제였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며 언론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다뤄주길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제 마침 보도가 나왔다. 보도의 내용이 그동안의 간절한 우리 기대에 합치/불합치함을 떠나 어찌되었든 이에 대해 대중이 폭넓게 의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사실 게걸스레 개를 먹어치우는 나라에서 이정도 성장통은 우리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가 아닐까 자위해 본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의 전염병(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폭넓은 인식이 형성되어 있다. 주의해야할 점은 분명히 주.. 더보기
온라인 진료행위의 위험성 증상이란 무얼까요? 우리는 어떠한 증상을 느낄 때 의사를 찾지만, 이 증상은 실재하는 증상과는 크게 다릅니다. 실재하는 증상이 그 질병이 초래한 직접적인 표현이라면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질병의 흐름 가운데 환자 스스로의 의식화, 담화의 과정을 거쳐 주관이 더해진 것입니다. 결국 환자는 이 만들어진 증상을 가지고 실재하는 증상을 찾으려는 의사와 대면하게 되는 것이지요. 실재하는 증상에만 접근하면 된다는 전통적 의학관점은 결국 의학지식에만 의존함으로써 환자와는 동떨어진 의사를 양성하는 문제를 야기해 왔습니다. 이렇듯 개개인의 가치와 신념이 더해진 증상이 실재하는 증상이 다름은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 하더라도 한사람 한사람에게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와 같은 질병의 개별성은 비단 증상 뿐.. 더보기
새끼고양이 양육에 대해 출산 직후 새끼고양이의 영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먼저 생후 4주령까지 새끼 고양이는 건강한 어미로부터 양질의 젖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보통 고양이 출산체중은 80~140g입니다. 충분한 영양공급이 이뤄질 때 일주일에 50~100g씩 체중은 증가하지요. 따라서 보호자께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새끼고양이의 체중을 재 영양상태를 간접적으로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새끼고양이가 어미고양이로부터 적절히 젖을 공급받지 못한다면 위의 체중증가를 달성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울며 안절부절 못해 하거나, 아예 활동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때는 즉시 유모고양이, 혹은 고양이전용 우유를 통해 충분한 영양공급이 이뤄져야 합니다.(이에 대해서는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생후 4.. 더보기
톡소포자충, 고양이와 우리를 위한 올바른 이해 미야옹 수의사 연중입니다~! 인수공통감염병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람과 동물 모두를 감염시킬 수 있는 질환을 이야기합니다. 톡소포자충은 대표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의 하나이지요. 많은 분께서 걱정하시는대로 톡소포자충은 고양이에서 사람으로 전염,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기생충질환이 맞습니다. 본 칼럼의 목적은 톡소포자충 감염증의 위험성을 감추거나 축소하여 고양이가 사람과 함께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주장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위험한 인수공통감염병일수록 그 위험성을 정확히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해야 하겠지요. 고양이를 보호하기 위해 '감염의 위험성이 전혀 없다'라고만 말하는 건 오히려 나중에는 고양이를 더욱 궁지에 몰아 넣게 될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톡소포자충 관련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