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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월간 PAPER 4월호 - 생명을 고민하며 우리를 돌아보다(뉴질랜드, 호주, 파푸아뉴기니) 105일간의 세계동물조우기록 3.뉴질랜드, 호주, 파푸아뉴기니 생명을 고민하며 우리를 돌아보다 나는 왜 동물이야기를 할까 뉴질랜드로 향하던 어느 날, 나는 평소보다 일찍 잠에서 깼다. 나를 깨운 건 어떤 소리도 움직임도 아닌 고요였다. 모두가 적막에 취해 잠든 새벽녘, 홀로 갑판에 나선 내게 바다는 지금껏 꼭꼭 숨겨두었던 얼굴을 내밀었다. 바다의 민낯이라고나 할까. 우리 배는 비단결 물살을 가르며 파도도, 바람 한 점도 없는 바다를 지나고 있었다. 기상학적 적도, 바로 모든 기후가 평형을 이루는 바다 한가운데 있었던 것이다. 바다는 고요할 때 가장 장엄하다는 걸 나는 그날에야 알았다. 광활한 바다를 보며 '그동안 기항지에서의 시간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만약 배가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는 지금쯤 어.. 더보기
월간 PAPER 3월호 - 남미에서 동물은 사람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존재들 105일간의 세계동물조우기록 2.남미편 남미에서 동물은 사람과 함께 부대끼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 미국에서의 시간을 뒤로 한 채 남미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북태평양을 건널 때와 달리 바다는 무척 잔잔했다. 기상담당관 말로는 적도에 가까워질수록 수온이 올라가고 연안을 따라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바다를 대하는 우리 마음도 한층 여유로워졌다. 이후 기항한 멕시코와 콜롬비아, 페루, 칠레는 미국과는 모든 면에서 다른 국가였다. 마약과 내전, 가난과 정치적 암투로 점철되는 이들 국가의 역사는 남미 고유의 문화와 결합해 오늘의 독특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고스란히 동물과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도 낯설게 만들었다. 산업화된 사회의 시각에서 본다면 남미는 그저 이국적으로 보이거나 어쩌.. 더보기
월간 PAPER 2월호 - 풋내기 수의사, 세상의 동물을 만나다 105일간의 세계동물조우 기록1 풋내기 수의사, 세상의 동물을 만나다 소설이란 추체험의 기록, 있을 수 있는 인간관계에 대한 도식, 구제 받지 못한 상태에 대한 연민, 모순에 대한 예민한 반응, 혼란한 삶의 모습 그 자체, 나는 판단하지도 분노하지도 않겠다. 그것은 하느님이 하실 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의미 없는 삶에 의미의 조명을 비춰 보는 일일 뿐. -1980년 김승옥 105일의 항해, 설렘 그리고 막막함 나는 2012년 9월부터 12월까지 배를 타고 태평양 연안 10개국을 방문했다. “수의사가 배를 왜 타(탔)니?” 여정을 시작하기 전, 여정 동안, 그리고 한국에 돌아와 그 동안의 이야기를 할 때마다 이 질문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른다. 하긴, 어쩔 땐 나 자신한테도 물을 정도였으니. .. 더보기
태평양에서 전하는 반려동물을 향한 단상 항해 11일째. 우리 배는 예정된 항로에서 발달 중인 불안정한 저기압 대를 피해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항해나 작전 관련 병과가 아닌 나로선 이러한 정보를 귀동냥으로 알 수밖에 없는데, 오늘은 우연찮게 기상현황판의 위성사진을 보고 이를 알 수 있었다. 나는 위성사진에서 우리 배의 위치뿐만 아니라 한 가지 흥미로운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미드웨이Midway. 미드웨이 해전이 일어났던 그 곳을 지나가다니, 기분이 묘했다. 오늘은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글로 옮겨보려 한다. 인간과 개, 고양이를 비롯한 반려동물이 어떠한 관계를 이루고 있는지(특히 극도로 도시화된 환경에서의),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논의해 보려 한다. 이는 논란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지극히 예민한 주제인데,.. 더보기
부끄러운 수의사, 진정한 의사를 보다. 진해는 남쪽으로 드넓은 바다, 북쪽으로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산을 면하고 있는 도시다. 그 중 군항을 둘러싸고 있는 산은 특히 높고 울창한데, 이 때문에 진해가 대한민국 해군의 요충지로 선정되지 않았을까 싶다. 군사지역인지라 민간인 출입은 철저히 제한되었고 보초를 서는 군인만 드물게 오갔는데, 마치 비무장지대와 같은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레 야생동물에게도 천혜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렇게 야생동물이 많은 곳이다 보니 이곳 진해에서 복무하는 군인들에겐 야생동물과 얽힌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주위를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다람쥐나 꿩은 물론, 어쩔 땐 너구리도 볼 수 있었다. 그 중 사람들의 기억에 가장 깊게 남는 야생동물은 고라니와 멧돼지였다. 이들은 풍족한 자연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역.. 더보기
동물과 함께한 영국여행(1부 : Windermere of Lake District) 수의사 연중 동물과 함께한 영국여행 1부 : Windermere of Lake District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3개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이번 여행의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꼭 남기리라 생각해 왔으나 다시금 시작된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역시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쩌면 순간의 온전한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옮김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퇴색을 초래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그 망설임에 한 몫한 듯 합니다. 아무리 필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그 순간의 격정을 그대로 글로 옮길 수 없으며, 아무리 좋은 사진기라도 그 순간의 햇살을 고스란히 담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애초 이번 여행의 주제는 동물로 점철됩니다. 처음 여행의 계획도 버밍햄에서의 영국소동물수의학회(BSAVA Con.. 더보기
톡소플라즈마 논란, 공개적으로 논의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톡소포자충에 관한 5월 20일자 SBS뉴스 보도가 나간지 이제 24시간이 지났다. 8시 뉴스는 시작되었으나 정정보도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사실 톡소포자충 논란은 반려인들 사이에서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한 문제였다. 그만큼 민감한 문제이며 언론에서 올바른 방향으로 다뤄주길 모두가 기대하고 있었는데, 어제 마침 보도가 나왔다. 보도의 내용이 그동안의 간절한 우리 기대에 합치/불합치함을 떠나 어찌되었든 이에 대해 대중이 폭넓게 의논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사실 게걸스레 개를 먹어치우는 나라에서 이정도 성장통은 우리가 지고 가야할 십자가가 아닐까 자위해 본다.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반려동물과 인간 사이의 전염병(인수공통전염병)에 대한 폭넓은 인식이 형성되어 있다. 주의해야할 점은 분명히 주.. 더보기
온라인 진료행위의 위험성 증상이란 무얼까요? 우리는 어떠한 증상을 느낄 때 의사를 찾지만, 이 증상은 실재하는 증상과는 크게 다릅니다. 실재하는 증상이 그 질병이 초래한 직접적인 표현이라면 환자가 느끼는 증상은 질병의 흐름 가운데 환자 스스로의 의식화, 담화의 과정을 거쳐 주관이 더해진 것입니다. 결국 환자는 이 만들어진 증상을 가지고 실재하는 증상을 찾으려는 의사와 대면하게 되는 것이지요. 실재하는 증상에만 접근하면 된다는 전통적 의학관점은 결국 의학지식에만 의존함으로써 환자와는 동떨어진 의사를 양성하는 문제를 야기해 왔습니다. 이렇듯 개개인의 가치와 신념이 더해진 증상이 실재하는 증상이 다름은 같은 질병을 앓고 있다 하더라도 한사람 한사람에게 증상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와 같은 질병의 개별성은 비단 증상 뿐.. 더보기
새끼고양이 양육에 대해 출산 직후 새끼고양이의 영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먼저 생후 4주령까지 새끼 고양이는 건강한 어미로부터 양질의 젖을 공급받아야 합니다. 보통 고양이 출산체중은 80~140g입니다. 충분한 영양공급이 이뤄질 때 일주일에 50~100g씩 체중은 증가하지요. 따라서 보호자께서는 일주일에 한번씩 새끼고양이의 체중을 재 영양상태를 간접적으로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새끼고양이가 어미고양이로부터 적절히 젖을 공급받지 못한다면 위의 체중증가를 달성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울며 안절부절 못해 하거나, 아예 활동적이지 않은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이때는 즉시 유모고양이, 혹은 고양이전용 우유를 통해 충분한 영양공급이 이뤄져야 합니다.(이에 대해서는 포스팅 마지막 부분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생후 4.. 더보기
혈액검사, 정맥주사와 관련된 불편한 진실 미야옹. 수의사 연중입니다! 반려동물이라면 한 번쯤 혈액검사 또는 정맥주사의 경험이 있을겁니다. 혈액으로부터 각종 정보를 얻기 위한 혈액검사, 각종 약물의 신속한 투여를 위한 정맥주사는 반려동물 진료에서 빼 놓을 수 없는 항목이지요. 하지만 이 혈액검사와 정맥주사 과정 속에는 사이에 현존하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있습니다. 혈액검사와 정맥주사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맥에 대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반려동물에서 혈액검사를 위한 채혈(피를 얻는 과정)시 보통 목의 경정맥(Jugular vein)을 이용하며, 정맥주사 때는 앞발의 요측피정맥(Cephalic vein)과 뒷발의 복재정맥(Saphenous vein)을 이용합니다. 이 과정에서 혈관을 찾고 주사바늘을 이용해 접근하는 과정을 속칭 "혈관을 잡는다"고 표현.. 더보기
동물을 위한 5가지 자유 미야옹. 수의사 연중입니다. 알림 - 동물복지(Animal Welfare)는 가치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개인이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며 거기에 대한 정답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동물복지에 대한 포스팅에 거부감을 가지는 분도, 다르게 생각하는 분도 분명히 계실겁니다. 하지만 논의가 계속될수록,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널리 퍼질수록 더욱 동물복지를 보장하는 세상이 빠르게 오리라 믿습니다. 따라서 독자에게 동물복지의 흐름을 알려드리고자 함이니 편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사고를 강요하지 않습니다! "한 국가의 위대함, 그리고 도덕적 수준은 그 나라의 동물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The greatness of a nation and its moral progress can be j..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