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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수의사, 진정한 의사를 보다. 진해는 남쪽으로 드넓은 바다, 북쪽으로 병풍처럼 길게 늘어선 산을 면하고 있는 도시다. 그 중 군항을 둘러싸고 있는 산은 특히 높고 울창한데, 이 때문에 진해가 대한민국 해군의 요충지로 선정되지 않았을까 싶다. 군사지역인지라 민간인 출입은 철저히 제한되었고 보초를 서는 군인만 드물게 오갔는데, 마치 비무장지대와 같은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레 야생동물에게도 천혜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이렇게 야생동물이 많은 곳이다 보니 이곳 진해에서 복무하는 군인들에겐 야생동물과 얽힌 저마다의 사연이 있었다. 주위를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면 다람쥐나 꿩은 물론, 어쩔 땐 너구리도 볼 수 있었다. 그 중 사람들의 기억에 가장 깊게 남는 야생동물은 고라니와 멧돼지였다. 이들은 풍족한 자연환경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래도 역.. 더보기
개를 먹는다는 것 미야옹~! 수의사 연중입니다. 대한민국은 개를 먹는 몇 안 되는 대표적 국가다. (담즙채취를 위한 곰 사육을 용인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반대와 찬성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나름의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상대를 충분히 납득시키지 못한 채 여전히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바로 생명에 관한 가치, 그리고 밥그릇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소, 돼지, 닭과 같은 동물 모두 개와 똑같이 소중한 생명이거늘, 왜 유독 개만 먹는 걸 반대하나요? 참 모순적이지 않을 수 없어요!” 모두가 맞는 말이다. 이는 단지 반대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개를 먹는 걸 조금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의견이다. 나 또한 개를 먹지 말자고 주위를 설득할 때 스스로 .. 더보기
동물자유연대 기고문 '길고양이에게 도심은 또 하나의 야생이다.' 아마 혹자는 굉장히 불편할지 모르겠다. 수 많은 고양이가 충분한 음식과 물, 그리고 아늑한 보금자리 없이 살아가고 있는데, 도심이 또 하나의 야생이라니! 그 안타까운 마음이 이해는 가지만 '야생'은 본래 천국이 아닌 살아있는 생명의 희노애락이 담긴 곳이며, 우리는 길고양이에게 도움이 되고자 할 때 이를 이해해야 한다. 수의사 국가고시 준비에 한창이던 3년 전 어느 겨울 밤. 갑자기 고양이 울음이 들려왔다. 고양이 울음이야 평소에도 가끔 들려오지만 이번엔 느낌이 달랐다. 다 큰 고양이 울음과 그 톤이 달랐으며, 한 마리가 내는 소리도 아니었다. 더구나 울음은 건물 안에서 들려왔다. 살며시 현관 문을 여니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 하지만 잠시 후 문을 닫으려는 순.. 더보기
동물과 함께한 영국여행 (2부 : Borrowdale Valley in Lake District) 수의사 연중 동물과 함께한 영국여행 2부 : Borrowdale Valley in Lake District 사진 1. 평온해 보이는 양 가족. 하지만 눈 앞에 보이는 아름다움이 전부는 아닙니다. 2012년 04월 17일. Windermere를 떠나 Lake District 북부의 작은 마을 Keswick으로 향했습니다. 어느 아름다운 유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호수와 산악지형으로 이뤄진 Lake District에서 Keswick은 Windermere와 함께 이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꼭 거쳐가는 마을 중 하나입니다. Lake District에는 호수, 산악지형 이외에 빼 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더 있는데, 바로 양(Sheep)입니다. 필자는 런던, 버밍햄, 멘체스터를 거쳐 이곳까지 왔지만, 모두가 .. 더보기
동물과 함께한 영국여행(1부 : Windermere of Lake District) 수의사 연중 동물과 함께한 영국여행 1부 : Windermere of Lake District 여행을 다녀온 지 벌써 3개월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면 이번 여행의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꼭 남기리라 생각해 왔으나 다시금 시작된 일상에서 이를 실천하기란 역시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쩌면 순간의 온전한 경험을 글과 사진으로 옮김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퇴색을 초래할 수 밖에 없을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그 망설임에 한 몫한 듯 합니다. 아무리 필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그 순간의 격정을 그대로 글로 옮길 수 없으며, 아무리 좋은 사진기라도 그 순간의 햇살을 고스란히 담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애초 이번 여행의 주제는 동물로 점철됩니다. 처음 여행의 계획도 버밍햄에서의 영국소동물수의학회(BSAVA Con.. 더보기